난독증은 전 세계 공통적인 특징이 있으면서도, 각 나라의 언어적 특성, 문화적, 그리고 교육의 방식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정의됩니다. 난독증 정의는 특히 언어의 특성에 따라 상이한 형태로 나타나며, 이러한 차이를 통해 난독증의 의미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나라에 가면 난독증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저희 아이는 최근에 난독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난독증에 대해 공부할 겸 이렇게 제가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서 남겨두려고 합니다. 다른 부모님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난독증 정의에 대해 별도로 글을 남기겠지만, 이런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예전과 지금의 난독증의 의미가 다른 것처럼 다른 나라들도 의미가 다르지 않을까?’라는 것이죠. 그래서 주요 국가들의 난독증 정의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 미국의 난독증 정의 :
기능적 문제로서의 난독증
미국에서는 난독증을 학습 장애(Specific Learning Disability, SLD)의 한 유형으로 간주한다는 것은 조금만 검색해봐도 아실 겁니다. 신경학적 기반의 언어 처리 문제로 정의합니다. 쉽게 말해 뇌의 구조와 기능이 언어를 처리하는 방식에서 생기는 문제라는 것이고, 언어를 듣고, 이해하고, 말하고, 읽는 과정에서 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고 여깁니다. 따라서 미국의 경우에 난독증 정의는 음운 인식 결핍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한 교육과 맞춤형 교육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제도적으로 난독증 학생들은 “개별화된 교육 계획(Individualized Education Program, IEP)”을 통해 맞춤형 학습 지원을 받을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IEP는 학생 개개인의 학습 능력과 필요에 맞춘 맞춤형 교육 계획입니다.)
사회적으로 난독증은 단순히 학습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거나 창의적으로 사고하는데에 있어서 독특한 학습 스타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는 난독증이 단지 단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능력을 가질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 영국의 난독증 정의 :
언어적 다양성과 난독증
영국에서는 난독증을 단순한 학습 장애로 보지 않고, 언어 처리와 뇌의 기능적인 차이로 이해합니다. 영국은 난독증을 가진 사람들의 잠재력과 독특한 사고방식을 중요시하며, 이를 “다른 학습 스타일”로 해석합니다. 난독증 정의는 이러한 특성을 기반으로 다양하게 적용됩니다.
영어는 철자와 발음의 일관성이 낮은 “비정형적 언어”로, 난독증 증상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비정형적 언어는 철자와 발음 규칙이 일치하지 않는 언어를 뜻합니다.) 이 부분은 파닉스를 하는 부분에서 많이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과 영국이 난독증에 대해 발달되어 있는게 아닐까 합니다.
교육적으로 구조화된 문해 교육 프로그램(예: Orton-Gillingham 방식)이 활용됩니다. (Orton-Gillingham 방식은 다감각적 학습법으로 난독증 학생들에게 적합합니다.)
# 핀란드의 난독증 정의 :
언어적 일관성이 난독증에 미치는 영향
핀란드어는 철자와 발음의 일치율이 높아(정형적 언어), 난독증 증상이 영어권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핀란드는 난독증을 음운 인식 문제로 정의하며, 조기 발견과 개입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조기 교육에 힘쓰고 있으며 모든 학생들에게 철저한 문해 교육을 제공하여 난독증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기 교육으로 인해 핀란드는 난독증 극복의 모범적인 사례로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 일본의 난독증 정의 :
시각적 언어와 난독증
일본어의 문자 체계(히라가나, 가타카나, 한자)는 난독증의 증상이 영어권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일본에서는 난독증을 학습 장애의 한 유형으로 정의하며, 특히 문자 인식과 관련된 어려움에 초점을 맞춥니다.
특징적으로 일본의 난독증의 경우, 히라가나 혹은 가타카나의 해독이 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주석: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는 일본의 음절 문자 체계로, 한자와 달리 소리가 중심입니다.)
일본의 경우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최근 난독증 진단 및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 중국의 난독증 정의 :
단어 인식과 기억력 중심
중국어는 표의 문자 체계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난독증 환자들은 단어의 시각적 패턴을 인식하거나 기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흔합니다. 중국에서는 난독증을 “읽기 장애”보다는 시각적 학습 장애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요 증상으로 복잡한 한자의 구성 요소를 빠르게 해독하지 못하는 문제가 두드러집니다. 이에 맞춰 중국은 기억력과 시각적 학습을 보완하는 전략이 강조됩니다. (표의 문자 체계란 글자의 모양 자체가 의미를 전달하는 문자 체계입니다.)
# 이탈리아의 난독증 정의 :
경미한 난독증 증상
이탈리아어는 철자와 발음의 일치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난독증 증상이 상대적으로 경미하게 나타납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읽기 유창성과 이해력 부분에 초점을 맞춰 난독증을 진단하고 관리합니다.
조기 개입을 우선시하며 읽기 속도보다 유창성과 이해력 향상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또 언어의 특성으로 인해 조기 발견이 용이하며, 정확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인도의 난독증 정의 :
다언어 사회에서의 난독증
인도는 다양한 언어와 문자 체계를 사용하는 다언어 사회로, 난독증 증상이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힌디어와 같은 데바나가리 문자 체계는 영어와 다른 방식으로 난독증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처럼 인도의 경우 언어별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이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인도는 난독증 환자의 언어적 다양성을 고려한 교육 전략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데바나가리 문자 체계는 힌디어와 산스크리트어에 사용되는 문자 체계로, 소리와 문자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 마치며
난독증 정의는 각국의 언어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학습 장애로 여겨지는 것은 같지만 그 증상의 정도와 해결책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영어권의 나라들이 정형적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에 비해 비정형적 언어로 난독증이 많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의 경우에도 영어 파닉스를 가르칠 때 설명이 곤란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a’가 ‘아’ 소리가 나기도하고 어떤 경우엔 ‘애’ 소리가 나서 설명이 난감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여튼 영어권이 난독이 많을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난독증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많은 개입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소 3개의 언어(한글, 영어, 한자)이면서도, 유형이 다른 언어이다보니 난독증에 대한 접근 방식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점이 참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희망적인 것은 앞서 미국과 영국의 경우처럼 난독증이 학습장애일 뿐이지 다른 사고방식으로 여긴다는 점입니다. 저도 이말에 적극 동감을 합니다. 모자란 것이 아니라 다른 유형의 사고방식이라 해당 국가의 언어 습득이 어려울 뿐이지 지능이 부족하거나 모자르다는 것은 아닙니다. 혹시라도 그런 생각을 갖고 계신 부모님이 계시다면 다시 한번 고려해주시고, 아이를 사랑으로 감싸주시길 바랍니다.
다음번에는 시대별로 난독증에 대한 정의를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